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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37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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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입니다.)
오래된 골목 끝자락, 낡은 기와지붕 아래 북내양조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새벽안개가 마을을 감싸는 시간이면, 양조장 굴뚝에서는 어김없이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쌀을 씻는 물소리, 누룩이 발효되며 내는 은은한 향기, 그리고 항아리를 두드리는 주인장의 손끝에서 세월이 흘렀다.


북내양조장의 시작은 1953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이 남긴 폐허 위에서 초대 양조장 주인 김복만은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누룩 하나를 품고 이 자리에 터를 잡았다. 그에게 술이란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였고, 지친 하루의 끝에서 내일을 약속하는 한 모금의 위로였다.


세월이 흘러 양조장은 아들에게, 다시 손녀에게 전해졌다. 삼대째 내려오는 비법은 종이에 적힌 적이 없다. 손끝의 온도로, 코끝의 감각으로, 오직 곁에서 함께 빚어보아야만 전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손녀 김서연은 스물다섯 해 동안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술을 빚었다. 그녀가 만드는 술에는 북내마을의 사계절이 담겨 있었다.


봄이면 매화향이 스며든 약주를, 여름이면 시원한 막걸리를, 가을이면 국화를 띄운 청주를, 겨울이면 몸을 녹이는 소주를 빚었다. 마을 사람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양조장 앞에 줄을 섰고, 그 풍경은 북내마을의 가장 아름다운 전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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